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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없는 들판에서'..살처분 공무원이 쓴 詩

'구제역 없는 들판에서'..살처분 공무원이 쓴 詩

시에는 살처분에 참가한 공무원의 고통은 물론 농민과 한우의 아픔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살처분된 한우들이 고통 없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기원하는 따뜻한 마음도 담겨 있다.

다음은 장씨가 쓴 시의 전문이다.

   
<
구제역 파노라마 1>

입맛 잃은 소에게 가끔 소주를 먹여
살려도 보곤 했는데
이번엔 아닐성 싶다
구제역 이라네

눈 덮인 벌판 어단마을
메우한 볏짚 연기는 
태양을 삼키고
음산한 기운, 무거운 그림자는
농심을 짓누른다.

  
어디에 떠 있는지도 모르던
겨울 짧은 해는 
해넘이를 재촉하고

땅 꺼질 듯 한숨소리는
피눈물 되어 간장을 찢는구려

포크레인이여
그대는 무엇이 또 그리 바쁘신가?
쉼도 없이 울어대는 굉음
무심도 하지

흰옷 입은 저승사자
소리없이 외양간을 들어설 때
소와 주인은 넋을 잃고 말이 없다

죽음을 예감한 것일까?
껌벅이는 눈망울엔 이슬이 맺히고
이슬 방울속 주인은 애써 그를 외면한다.

  
3
분의 짧은 시간이 지나
육중한 몸체는 허공을 향해
마지막 긴 숨을 토하곤
스르르 정든 외양간을 나선다.

  

<
구제역 파노라마 2>

한 마리, 두 마리......

  
그리고 수 십마리 수 백 마리가
영문도 모르고
하루 아침에 끌어 묻혔다

세상인심이 병들었다지만
몇 년을 한 우리안에서 동거 했을진데
소주 몇 사발을 마신다고 죽은 가족의
슬픔이 잊혀지겠소?

애석도다. 그대들이여!
전생에 무엇이었기에 소로 태어나
이 험한 꼴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모두가 인간의 잘못으로
그대들을 사지로 몰아 넣었음이야
우리는 큰 죄를 지었네.

  
부디 용서해 주시게

하늘에 가거든 구제역 없는
청정한 들판에서 편히 풀 뜯으며,
평화로운 친구들과 영원히 함께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

우리를 원망하시게
정말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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