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크로스오버 ‘델 스트리크’
무성한 소문을 몰고다녔던 델 스트리크(Streak)가 유럽에 이어 마침내 미국에도 출시됐다. 스트리크의 특징은 큼직한 5형 터치스크린, 그리고 안드로이드 기반 데이터 장치로서의 잠재력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다.
전화 기능을 갖춘 만큼 스마트폰 영역의 최신 경쟁 제품들과의 비교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단점들이 드러난다. 사용해본 바로는 일단 멀티미디어와 데이터 기기로서는 훌륭하다. 그러나 전화기로서는 기능이 떨어지며, 전체적으로 응답성이 느리다.
스트리크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요약하자면 ‘이중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상할 정도로 몸집이 큰 스마트폰으로 볼 수도 있고,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태블릿 컴퓨터로 볼 수도 있다. 독자적인 디자인과 휴대용 미디어 기기로서의 매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하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작년에 나왔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을 연상시킨다.
휴대용 컴퓨팅의 다음 단계?
손바닥 크기의 스트리크는 확실히 휴대용 기기로서 최적화된 모습이다. 사용하다 보니 영화 스타트랙에 나오는,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PADD 장치가 떠올랐다. 매끈하고 곡선이 돋보이는 디자인에 검정색 플리스틱과 금속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5형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큰 화면 탓에 보통 크기의 주머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단 외투 주머니와 같이 큼직한 주머니엔 넣을 수 있다. 무게는 220g, 두께는 10mm다. 참고로 3.5형 화면을 탑재한 애플 아이폰 4는 무게 137g에 두께 9.3mm다.
그런데 이런 하드웨어 사양이 무색하게도 안드로이드 버전은 1.6이다. 요즘 나오는 안드로이드 제품들이 모두 버전 2.0이나 2.1을 탑재한 것과 비교하면 스트리크의 1.6 버전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스트리크는 반응이 느려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고성능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감안하면 그 원인으로 구형 안드로이드 OS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최신 버전의 안드로이드는 훨씬 더 반응이 빠르다.
사실 델은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가로 모드를 중시하는 스트리크의 디자인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메뉴와 디스플레이를 강화하도록 OS를 손질했다. 또한 익스체인지, 멀티터치(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만 작동), 구글 맵스(내비게이션 포함) 지원 등 이후 안드로이드의 몇 가지 기능도 스트리크에 넣었고, 보호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윈도우 DRM 지원도 통합했다.
델은 또 앞으로 스트리크를 안드로이드 버전 2.2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그레이드되면 응답성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출시 시점에서 보자면 스트리크의 응답성은 떨어진다.
의외로, 한 손으로 들거나 두 손으로 잡을 때 모두 상당히 자연스럽게 손에 감긴다. 필자는 손이 작은 편이라서 가로 키보드를 쓸 때 손가락이 닿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손이 필자보다 큰 다른 사람들은 아무 불편함도 없었다. 키보드는 다소 비좁은 느낌이고, 바닥에 내려놓고 칠 때 가장 편했다.
델이 튜닝한 스크린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한 손으로 전자책을 읽거나 통화할 때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사실 스트리크는 가로 모드 사용에 최적화되어 있다. 기기 오른쪽에 홈, 메뉴, 뒤로 가기 터치 버튼들이 있는데 모두 가로 사용에 맞게 방향이 맞춰져 있다.
각 부분의 배치를 살펴보면 델이 안드로이드 OS를 가로 사용에 맞게 손질한 이유는 납득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다.
디스플레이는 가로 모드에 최적화됐다. 화면을 좌우로 쓸어서 4개의 홈 스크린을 탐색한다.
첫 번째 화면에는 이메일 위젯, 사용 가이드가 있고 그 다음으로 브라우저, 지도, 전화, 마켓 아이콘과 구글 검색 툴바, 세 번째 화면에는 연락처, 메시징, G메일 애플리케이션, 네 번째 화면에는 불편한 페이스북 위젯(사용자의 페이스북 월을 보고 상태를 업데이트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기능은 웹으로 접속해서 사용해야 함), 카메라, 유튜브, 아마존 MP3 스토어, 그리고 음악 재생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가로 화면 상단을 따라 알림 표시줄이 있는데 메뉴 버튼을 통해서도 알림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애플리케이션 런처 탭을 쓰기가 불편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넉넉한 화면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아이콘을 작게 만들어놓는 바람에 알아보기도 어렵다.
다운로드한 일부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또 일부 게임은 세로 모드로만 실행되며, 큰 디스플레이에 맞게 화면이 펼쳐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베이, 킨들 애플리케이션 등 큰 화면을 제대로 활용해서 보기 좋은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멀티미디어 기능
스트리크를 PC에 연결하면 미디어 파일을 PC와 송수신하거나 파일을 복사하거나 충전만 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창이 뜬다.
미디어 파일 복사를 선택하고, 스트리크의 마이크로SD 카드로 파일을 전송해봤다. 음악은 끌어서 놓는 방법으로 매끄럽게 복사가 가능했지만 이미지는 잘 되지 않았다. 하드 드라이브의 몇몇 JPEG 이미지를 스트리크로 복사하려고 하자 이미지에 장치 제한 범위를 벗어나는 속성이 하나 이상 있다는 경고창과 함께 복사하기 전에 미디어 프로그램을 사용해 파일을 변환하라는 안내 문구가 표시됐다.
화면의 비디오 재생 기능은 무난하다. 별다른 과정 없이 비디오 파일을 16GB 마이크로SD 카드로 복사한 후 바로 즐기면 된다. 사진을 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멀티터치가 적용됨).
그러나 유튜브 비디오를 재생하면 화면의 해상도 부족이 눈에 띈다. 와이파이를 통해 같은 고화질 비디오를 스트리밍하면 아이폰 4에 비해 세부 묘사와 색감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폰 4와 비교하면 비디오 부분은 떨어지지만 사진 뷰어는 훌륭하다. 여러 사진을 탐색하기도 편하고 이미지를 확대/축소하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이미지를 확대하면 현재 배율도 표시된다.
무슨 문제인지 사진을 스트리크로 옮기려고 시도하면 윈도우에 "이미지 형식을 바꾸지 않으면 장치가 이미지를 읽지 못할 수 있다"는 경고가 표시된다. 그러나 스트리크에서 사진은 문제 없이 볼 수 있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스트리크의 카메라는 초점을 제대로 못 잡는 경우가 빈번하고 촬영 속도도 무척 느리다. 가끔 셔터 버튼이 아예 먹통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에는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몇 가지 있지만 이 카메라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촬영하는 것은 아예 포기하는 편이 낫다.
전화 기능
스트리크의 다양한 기능을 구경하다 보면 전화 기능도 있다는 점을 깜박하기 쉽다. 그런데 이 전화 기능에 스트리크의 가장 큰 단점이 있다. 이어폰의 음질이 둔탁하고, 내장 스피커의 음질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게다가 스피커가 장치 뒷면에 있기 때문에 스피커폰으로 사용하거나 음악/비디오를 감상할 때 뒷면을 아래로 해서 바닥에 놓아둘 수가 없다.
전화 애플리케이션은 가로/세로 모드에서 모두 작동한다. 시각적인 요소는 다른 안드로이드 폰들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 떨어진다.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실제 얼굴에 대고 통화하기는 편하다.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트리크를 더 작은 크기의 다른 전자책 리더와 비교하게 됐다. 이 비교에서는 스트리크가 확실히 우세했다. 물론 LCD 기반의 태블릿인 스트리크는 E-잉크 기기들에 비해 비싸지만 스트리크는 다용도 엔터테언먼트 기기고, 그 기능 중 하나로 탁월한 안드로이드 e-리더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용 킨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본 결과 스트리크의 크기와 디스플레이는 책 읽기에 아주 좋았다. 마치 오래된 문고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코스 제품과 같은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기기와의 비교에서도 작은 크기와 다기능성을 앞세운 스트리크가 돋보였다.
값어치를 못한다고 느끼는 경우는 스트리크를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때다. 음질이 열악하고, 다른 경쟁 제품들에 비해 시각적인 부분과 인터페이스의 정교함에 떨어진다.
스트리크의 정체성은 시장에서의 판매 양상에 따라서 일부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가격도 중요한 요소다. 소문으로는 언락 버전의 가격이 500달러라고 한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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